
고려시대 여성들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사회에 참여했다. 흔히 ‘중세 여성’ 하면 가부장적 질서 속에 억눌린 존재로만 인식되지만, 고려의 사회는 조선과는 달리 비교적 개방적이었고, 여성의 경제·법률적 지위도 상당히 높았다. 심지어 자녀를 키우면서도 재산을 소유하거나 상업 활동에 나서는 ‘워킹맘’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고려시대 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속에서 자립하고 활동했는지를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오늘날 여성의 삶과 비교해보며 과거 속 여성의 진짜 모습을 조명해보자.
1️⃣ 고려 여성, 법적으로 당당했던 ‘자산 소유자’
고려시대 여성은 법적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남편과 이혼하더라도 친정 재산과 본인의 소유를 지킬 수 있었으며,
혼인 후에도 부부 별산제(재산을 따로 관리하는 제도)가 적용되었다.
이는 단순히 재산의 문제를 넘어서
여성의 독립된 경제 활동 가능성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조선 시대보다 훨씬 진보적인 여성권이 보장되었던 셈이다.
2️⃣ 상업 활동에 뛰어든 중세의 ‘자영업자 여성’
고려 후기에는 도시 상업이 활발해지며,
여성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팔거나 장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특히 고려는 불교 국가였기 때문에 여성 스님(비구니)들의 경제 활동도 많았고,
절에서 장을 열거나 물건을 유통시키는 일에 참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처럼 고려시대에는 여성들이 상업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존재했다.
3️⃣ 고려의 워킹맘들, 자녀 양육과 생업을 병행하다
고려 여성들은 자녀 양육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이 전쟁이나 관직으로 집을 떠나 있는 경우,
여성은 집안 살림뿐만 아니라 농사·장사·재산 관리까지 책임졌다.
이런 구조는 오늘날의 ‘워킹맘’과 유사한 모습이며,
단순한 가사노동자가 아닌 ‘가정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여성의 이혼과 재혼이 자유롭던 시대
고려시대에는 여성도 이혼과 재혼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었다.
이혼 후에도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았고, 재혼한 여성들도 다시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었다.
이는 조선의 유교적 관념과는 달리,
고려는 개인의 자유와 실용을 중시하는 사회였다는 역사적 증거이다.
그만큼 여성의 삶의 선택권이 더 넓었고,
사회적 규범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여성의 지식 활동과 문화 참여
고려에는 여성 문인과 예술가도 존재했다.
왕실 여성이나 양반가 여성들 중에서는 시를 짓거나 글을 쓰는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불교 문화와 연계된 서예, 자수, 음악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는 오늘날의 창작자 여성들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며,
중세라고 해서 여성들이 단지 집에만 머무른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한마디 :고려의 여성은 시대를 앞선 ‘자립형 인간’
고려시대 여성은 단순히 가정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경제와 문화, 법률적 영역에서 독립적인 존재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은 오늘날 워킹맘의 모습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으며,
역사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잊혀졌던 고려 여성의 삶을 복원하는 일은
단지 여성사 연구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자율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