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사 김정희의 초상화
“추사체”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주인공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서예가, 그리고 고증학의 대가 **김정희(金正喜, 1786~1856)**입니다.
김정희는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예술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글씨, 학문, 고증, 예술을 아우른 입체적인 천재였고, 조선 지식인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형식’보다 ‘내용’, ‘권위’보다 ‘진실’을 중시한 깊은 사유가 드러납니다.
진짜를 찾는 사람
김정희는 20대부터 뛰어난 학문적 능력을 보였고, 30대에 접어들며 조선 최고의 고증학자로 자리잡습니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 중 하나는 바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의 고증이었죠.
당시 대부분 학자들은 이 비석이 진흥왕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김정희는 한 글자 한 글자 비교하고, 시대의 서체 변화를 분석하여 결국 이 비석이 진짜 진흥왕 순수비임을 밝혀냅니다. 이 한 사건으로 그는 조선 학계의 기준을 바꿔놓았고, 고증학의 신기원을 열었습니다.
유배지에서 탄생한 걸작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유배라는 시련 속에서도 더욱 빛났습니다. 제주도에서의 9년 유배 기간 동안, 김정희는 절망하지 않고 ‘추사체’라 불리는 독창적인 서체를 완성합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단순히 멋을 위한 글씨가 아닙니다. 유배자의 고통, 고독, 그리고 철학적 사유가 서체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세한도”라는 그림 한 장에도 그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지요.

▲ 김정희의 대표작 <세한도>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
김정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를 보려면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가?”
그의 삶은 보여줍니다. 아무리 시대가 자신을 외면해도, 진실과 실력을 무기로 삼는다면 결국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추사 김정희는 시대를 앞서간 ‘진짜 지성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