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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천재들 번외– “정약용은 웃는다”: 천재의 인간적인 하루들

world-history-dadoo 2025. 4. 22. 13:28




▲ 위대한 실학자이자, 따뜻한 인간 정약용. 우리는 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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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정약용을 떠올릴 때, 심각한 표정으로 글을 쓰는 선비, '목민심서' 같은 대작을 남긴 학자, 혹은 유배지에서 묵묵히 공부하던 철인의 모습을 그립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정약용도 웃고, 울고, 화내고, 실수하고, 농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천재의 인간적인 면모,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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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① - 천재도 육아는 힘들다?

강진 유배 시절, 정약용은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막내 아들이 장난을 치며 수업을 방해하자 정약용이 “오늘 수업 끝!” 하고 불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제자들이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수업을 그만두십니까?”
정약용이 대답하길,
“글이야 다시 가르칠 수 있지만, 아비 노릇은 지금 아니면 못 하는 것이다.”

천재도 자식 앞에서는 ‘사랑 많은 아버지’였던 겁니다.
그는 자녀 교육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바른 삶을 보여주는 일로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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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② - 눈 오는 날엔 뜨개질을?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정약용은 다산초당에서 제자들과 담소를 나누다 말없이 무언가를 꺼냅니다.
그건 바로, 솜을 넣은 털신 한 짝.

“겨울이 추우니 내가 직접 지어보았네.”
그는 유배지에서 신발을 짜고, 옷을 수선하며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어 썼습니다.

이 모습에 놀란 제자들이 "학문에만 전념하셔야 할 분이 무슨 뜨개질입니까?"라고 하자, 정약용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몸을 쓰는 삶과 머리를 쓰는 삶이 어찌 다르겠는가?”

실학의 핵심은 ‘생활 속 실천’이란 걸 그는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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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③ - 술은 못 끊는 천재

정약용은 스스로를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자주 표현했습니다.
그는 편지에서 친구에게 “나는 오늘도 혼자 마시고 있다네. 자네가 곁에 있다면 한 잔 더 따르리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한 번은 지나치게 취해 문 앞에 앉아 있다가 아침까지 문지방에서 깨어났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다음 날 제자들이 걱정하며 다가가자, 정약용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술로 잠시 마음을 씻었을 뿐이네. 밤엔 바람이 좋았거든.”


그의 인간적인 솔직함, 때론 허술함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깊은 신뢰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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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④ - 아내에게 혼난 날

정약용의 부인 홍씨는 조용하고 현명한 여인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도 이따금 **‘정약용 혼나는 날’**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정약용은 새로운 건축 설계에 몰두한 나머지 며칠간 집안일도 거들지 않고 글만 썼습니다. 결국 부인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 위대한 목민심서에도 ‘가정’은 없습니까?”

이 말에 정약용은 크게 웃으며 “오늘은 내가 밥을 짓겠소” 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그는 아내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죠.

“나는 나라를 다스리는 글을 썼지만, 내 집은 그대가 다스리고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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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⑤ - 제자들 몰래 ‘몰래카메라’?

강진 유배 시절, 정약용은 제자들과의 관계가 각별했습니다.
그는 단지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함께 밥을 먹고 농사짓고 논쟁하며 ‘동고동락하는 형’ 같은 스승이었습니다.

어느 봄날, 정약용은 몰래 장에 나가 제자들에게 줄 대나무 피리를 사옵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오늘 수업은 음악이다.”

제자들은 당황했지만, 정약용은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소리를 다스리지 못하면 마음도 다스릴 수 없다.”

그날 밤, 다산초당에는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졌고, 누군가의 일기에는 이렇게 남았다고 합니다.

“오늘 선생님은 스승이 아니라 친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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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았다, 다만 정직했을 뿐

정약용은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을 특별하게 만든 건 ‘일상’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는 식사를 준비하며 아내를 생각했고, 장난치는 아이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술을 마시며 외로움을 토닥였습니다.

그는 위대한 학자였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는 천재였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정약용을 더욱 사랑스럽고, 더 깊이 존경받는 인물로 만든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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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정약용이 말하는 것

정약용은 지금의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진심으로 살고 있는가이다.”

그의 유쾌한 농담, 작은 실수, 사람 냄새 나는 한마디 속에 우리는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됩니다.

천재도 인간이었다면,
우리 역시 실수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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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천재들 시리즈, 다음엔 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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